카테고리 없음

노래 : <그대여> <이정희의 이정희

,골프웨어, 2021. 8. 7. 10:07

유행가가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가수가 튀거나 아니면 노래가 터져야 돼요. 둘 다 눈에 띄면 좋을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되기 어렵기 때문에 적어도 둘 중 하나는 눈에 띄려고 합니다. 가끔 시류라고 할까 유행이라고 할까 운이 좋아서 그저 그런 수준의 가수나 노래인 경우가 들뜨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상기식은 시대를 불문하고 통용되는 철칙입니다.

 

이정희의 '그대여'는 톡톡 튀는 노래예요. 그런데 시대 한정의 이정희도 당대에는 미녀의 축에 들어 있었고 가수도 나름대로 돋보였어요. 아무튼 '그대여'는 가수도 잘 되고 노래도 잘 되고 1981년에 히트를 쳤어요. 그리고 이정희는 1981년 이 '당신께'로 10대 가수가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5Kb-PEI8Os 

 

그런데 말입니다(갑자기 김상준을 따라하며!). 요즘엔 이정희의 너여는 거의 못 들어요. 사실 이정희는 라디오에서도 잘 안 들려요. 노래로서 '그대여'의 임팩트가 강하지 않았는지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하지도 않으셨더라고요. 그렇죠. 튀는 생명력 있는 노래들이 명곡이지만 이정희의 '그대여'는 명곡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범작 수준의 히트곡이죠. 그리고 이정희라는 이름도 연예 기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데요.

 

이정희가 반짝 히트를 쳐 출연이 줄어든 이유는 크지만 가수로서 이정희는 그렇게 큰 임팩트를 가요계에 남기지 않았어요. '그대여'는 노래 자체가 어느 정도 히트했기 때문에 일약 유명해진 것으로 당대에 눈에 띄는 미녀가수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정희라는 당시에는 나름대로 '먹어준' 가수가 불렀기 때문에 더욱 인기를 얻었던 것입니다. 1980년대와 1970년대를 통틀어 다루기 쉽지만, 두 사람의 결정적인 차이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TV 시대, 즉 오디오 가수가 본격적으로 양산되는 시대였다는 점입니다.

 

이은하 임희숙 김상월 등 미모가 뛰어난 여가수들도 1970년대 맹활약할 수 있었던 건 라디오 시대였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이들이 최근 걸그룹 멤버였다면(사실 외모가 절대적으로 중시되는 요즘 같으면 걸그룹 멤버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아요), 이들이 성공할지는 회의적입니다. 외모에 따라 같은 걸그룹의 인기가 하늘과 땅 차이인 게 요즘 걸그룹의 냉랭한 현주소입니다.

 

그대여 자체가 무난한 수준의 곡이고 이정희도 윤신혜나 정수라처럼 인상적인 가창력이 아니라 그냥 무난한 수준에서 불렀지만 시대를 보정하면 당대에는 돋보이는 미녀 가수였기에 중척 수준의 곡으로 기대 이상으로 히트한 거죠. 남의 일과는 운이 크게 작용하는데 이정희도 그런 경우입니다. 10대 가수까지 했던 이정희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아니라 가요사에서 이정희의 업적과 위상을 고려하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냉정한 현실을 되돌아보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정희처럼 한 시대를 풍성한 가수라도 빛의 속도로 잊혀지는 게 어쩌면 유행가를 부르는 가수의 숙명이 아닐까 싶어요. 모든 가수가 조용필이나 나훈아 같은 기린아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실은 반짝 히트를 쳤고, 후속 히트곡을 내지 못해 가수는 망설이다가, 때로는 마약과 극단을 선택하기도 하면서 점차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 대다수 가수의 숙명입니다" 이정희도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입니다. 이정희에 대해 특별히 냉담한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정희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의 인기에 비해 너무 빨리 인기가 없어져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한 것입니다.